"서양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한비자(韓非子)'가 있다."
일전에 어느 TV 토론에선가 패널들이 군주론을 가지고 인용하는 것을 듣고 '아, 군주론 뭔가 멋진 것 같다.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검색하던 중 보게 된 말이다. '한비자' 뭔가 그냥 어감에서 '군주론'보다 있어보이고 멋있어서 이것부터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바꿔먹고 '김원중'님이 옮기고 '글항아리'에서 낸 책을 구입했다. 책 두께만 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뒤에 '찾아보기'를 제외하고도 무려 583페이지이다.
일단 저자인 한비(韓非)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기원전 280년에 전국시대 한(韓)나라 명문귀족의 후예로 태어났고, 이름은 비(非)이다. 유학자인 순자(荀子)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고 논리적인 문장을 갈고 닦는 데에 힘써 탁월한 문장력을 지녔으나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한비가 살던 당시의 한나라는 전국칠웅(戰國七雄) 중에서도 가장 작고 약한 나라였는데 한나라 왕이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여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는커녕 소인배들을 등용해서 실질적인 공로가 있는 자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발전되지 못한 약소국이 대개 그러하듯 한나라도 유학을 배운 자들은 자기가 배운 이론을 고집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그 힘으로 법을 무시하곤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비는 군주가 법으로써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건의했으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나라를 법률로 다스리는 방법을 아는 인사를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며 '한비자'라는 책을 지었다고 한다.
훗날 진시황이 '한비자'를 읽고 감동해서 "아~ 과인이 이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고 했다 하니 실로 대단한 책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죽음은 참으로 허망하다. 스승인 순자의 밑에서 동문수학한 이사(李斯)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비가 진시황의 총애를 받는 것을 시기하여 '한비는 한나라 사람이므로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고, 또 그를 그냥 둔다면 필시 후환이 될 것이기에 죽여야 한다'며 모함했고 진시황은 이 말을 옳게 여겨 한비에게 사약을 내려 자살하게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내가 못 가질 바에는 남도 못 가지게 하겠다는 심보였나보다. 나중에 진시황이 후회를 했다고 하는데 이미 한비는 죽고 없었다.
이렇듯 비운의 삶을 산 한비가 남겨놓은 한비자는 정치하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처세에 있어서 가져야 할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하는 데에 유익한 책이라 생각한다.
한비자가 총 몇 편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고 하는데 일단 내가 산 책에는 32편까지 실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윗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조심해야 하고, 또 말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 제1편 '난언(難言)'과 제9편 '세난(說難)'이 참으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은 고전이고, 번역본이며, 현대의 글을 번역한 것이 아니다보니 그리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음에도 중간중간 '당췌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것도 있고, 특히 사람 이름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아는 '공자'하면 그 공자(孔子)일 거 같은데 이 책엔 공자만도 여럿이 나온다.
그러함에도 요즘 세상에도 상통하는 처세의 원리와 지혜가 들어있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특히 괴팍한 상사를 모시고 있다면 더욱 더) 한번쯤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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